일본 도쿄 롯폰기 잇푸도 라멘 후기

잇푸도 라멘 역사

일본 라멘 원탑은 이치란, 양대산맥은 신신라멘, 그리고 3대장이라면 잇푸도 라멘까지 추가된다. 그 만큼 일본 라멘 체인점 중 세번째 위상을 자랑하는 곳이 잇푸도 라멘인데, 특이한 사실은 3곳 모두 후쿠오카에 본점을 두고 있는 ‘하카타 라멘’이라는 것이다. 하카타는 후쿠오카 지역명으로서, 하카타 라멘이라는 말 자체가 라멘 종류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돼지뼈(돈코츠)로 국물을 우려낸 라멘을 일컫는다. 일본 라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한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라멘을 말하면 ‘하카타 라멘’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라멘 3대장 중 서로 차이가 있다면, 이치란 라멘 및 잇푸도 라멘은 돼지뼈만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돈코츠 라멘인데 비하여, 신신라멘은 돼지뼈 외 닭뼈도 사용하기 때문에 사뭇 다른 맛이 난다. 필자의 경험 상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치란 라멘 또는 잇푸도 라멘이 입맛에 맞을 것이고, 삼계탕 쪽을 더 선호한다면 신신라멘을 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잇푸도 라멘은 1985년 후쿠오카 하카타 지역에서 탄생하여 24.7.6. 기준 국내 134곳의 점포가 존재하고, 해외에도 진출하여 아시아, 오세아니아, 미국, 유럽 등지에 체인점을 두고 있다. 원래 상호명은 ‘하카타 잇푸도(博多一風堂はかたいっぷうどう)’였으나, 2015년부터 30주년을 계기로 하카타 이름을 빼고 단순하게 ‘잇푸도(一風堂)’로 하였다. 공식적인 의미는 ‘업계에 바람의 돌풍을 불고 싶다’이지만, 사실은 창업자 가와하라 시게미가 좋아하는 밴드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가와하라 시게미는 1997년 인기 TV프로그램 ‘TV 챔피언 라멘 장인 선수권’에서 3번 우승을 하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적이 있는 등 라멘 계의 거장이다.

(링크) 잇푸도 라멘 – 공식 홈페이지


잇푸도 라멘 롯폰기점

필자가 잇푸도 라멘을 방문한 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일은 아니었는데, 도쿄 롯폰기 숙소인 렘 롯폰기 호텔에 머물던 중 우연찮게 근처에 잇푸도 라멘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기존 라멘 3대장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에 방문을 해 본 것이었다. 따라서 즉흥적으로 방문한 것이나 다름 없었기에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고, 어쩌면 그렇기에 선입견 없이 잇푸도 라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구글 맵) 잇푸도 라멘 – 롯폰기점

잇푸도 롯폰기점 위치
잇푸도 롯폰기점 위치

보통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이치란 라멘에 비해 영업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라서 점심 또는 저녁으로 즐길 요량이라면 맞춰서 갈 만한 곳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변에 이치란 롯폰기점도 있었다가 지금은 폐업하였는데, 상대적으로 살아남은 잇푸도 롯폰기점의 작은 승리가 아닐까 싶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일본 내 라멘은 비싼 음식이 아닌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데, 도쿄 롯폰기 지역이 우리나라 압구정동 쯤 속하는 부촌으로서 땅값이 최고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임대료를 부담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예측도 해 본다.

잇푸도 롯폰기점
잇푸도 롯폰기점

이치란 라멘에 비해서는 웨이팅이 없는 편이다. 필자가 갔을 때도 서너명 정도가 웨이팅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는 인기가 낮아서라기보다 안의 좌석이 넉넉한 편이고, 무엇보다 회전율이 빠른 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암튼 거의 기다린 시간 없이 들어갔고, 이치란 라멘처럼 독서실 같은 구조로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혼식에 최적화된 일본인 만큼 1인석처럼 벽을 보며 먹는 자리로 배정되었다. 앞에 있는 메뉴판, 컵, 휴지 등등 혼자 먹기 불편함 없이 세팅된 것을 보니, 이래서 혼자 일본을 자주 오나보다 싶다.

잇푸도 라멘 좌석
잇푸도 라멘 좌석

잇푸도 라멘 메뉴
잇푸도 라멘 메뉴

잇푸도 라멘 메뉴 종류는 매우 간소하다. 필자같은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일지 모른다. 기본 라멘보다 더 매운 것을 택할 수도 있지만, 하카타에서의 첫 본류 맛을 느껴보고 싶어 기본 라멘을 선택하였고, 이와 함께 산토리 생맥주도 같이 시켰다. 어디나 그렇지만, 일본 라멘은 그리 비싼 음식이 아니어서 1천엔 내외 수준으로 주문할 수 있다.

잇푸도 라멘
잇푸도 라멘

이치란 라멘이 주문표에 의하여 각자 음식 재료 양을 조절해야 해서 가끔 본의 아닌 실패(?)를 겪을 수 있는 반면, 잇푸도 라멘은 아예 기본적인 세팅이 된 채로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차슈(돼지고기)나 김, 계란 등은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상기 사진처럼 기본으로 같이 나오기 때문에 잇푸도 라멘이 추구하는 맛이 어떤지 커스터마이징 실패 리스크 없이 통일된 맛을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맥주는 산토리, 에비스, 아사히 등 구분 없이 맛있는 집은 맛있고 맛없는 집은 맛없는데, 잇푸도 롯폰기점의 산토리 프리미엄 생맥주는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잇푸도 라멘 전체 샷
잇푸도 라멘 전체 샷


잇푸도 라멘 평가

일본 라멘의 양대산맥 이치란 라멘과 신신 라멘의 아성에 충분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3대장 잇푸도 라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돈코츠 라멘이라면 공통적으로 돼지뼈를 쓰기 때문에 그 맛이 그 맛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같은 음식이지만 가게마다 맛이 다를 수 있듯, 일본 라멘 역시 이치란 라멘, 신신라멘, 잇푸도 라멘이 그 특색을 달리했다. 개인적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삼계탕보다는 돼지국밥을 더 선호하는 필자의 입맛에는 이치란 라멘과 잇푸도 라멘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는 했는데, 이 둘 중의 선호는 맛의 특색이 달라 우위를 따지기 힘들다.

다만, 이치란 라멘이 특제 비밀 소스(빨간 소스)에 의지하여 공장에서 나온 균질한 맛같은 느낌이라면, 잇푸도 라멘 역시 체인점이기는 하지만 보다 로컬 느낌이 가미된 오리지널 본류의 느낌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어떤 라멘이 본인 입맛에 맞을지는 결국 각자가 다 맛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이치란 라멘 외에도 잇푸도 라멘, 신신 라멘을 모두 한 번씩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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