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도시 나고야를 찾아서 – 여행기

들어가기

사실 일본 나고야를 여행할 일이 있을 거라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워낙 ‘노잼(재미없는) 도시’로 유명하기도 했고, 그런 타이틀을 심지어 일본 국내, 그것도 나고야 시민들 스스로 타 도시보다 재미없다고 선정한 1위 도시여서 신빙성마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나고야를 방문하게 된 것은, 사실 나고야 시 그 자체라기보다 ’22년 개장한 지브리파크에 가기 위한 중간 거점인 것이 더 큰 사유였다. 이는 달리 말해, 인근 지브리파크 갈 생각이 아니었다면 나고야는 아마 내 인생에서 오지 않았을 도시들 중 하나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나고야 시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인구

일본에서 인구가 4번째 많은 대도시 (230만 명 / 1위 도쿄, 2위 요코하마, 3위 오사카)

이름(나고야)의 유래

名古屋 – 한자를 직역하면, ‘이름난 오래된 집’. 다만, 실제 처음부터 이런 뜻을 담아 지은 명칭이 아니고, ‘나고야’라는 고유 지역명을 한자어로 표기하다 보니 붙은 이름이라는 의견이 많다.

공항

나고야 주부(추부) 국제공항을 이용한다. ‘중부 국제공항’을 의미하여, 이는 나고야 시가 일본 중간에 위치함을 의미한다. 영문명으로는 센트럴(Central)과 공항(airport)을 합쳐 ‘센트레아(Centrair)’로 불린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가 대주주로 있는 민자공항으로서, 스카이트랙스(skytrax) 선정 순위가 8위~11위를 오르내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용객 수는 나리타, 간사이, 후쿠오카 다음으로 많다.

교통

주부 국제공항에서 도심지인 나고야 역까지는 주로 열차를 이용한다. 특히, 짐이 많은 여행객들은 이동이 편리한 뮤스카이(μ-SKY)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 소요시간은 28분이다.

관광지

없다. 아예 없다고 하면 좀 비약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나고야가 노잼도시로 알려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근교로 나가면 ‘나고야 성’이 있기는 한데, 그게 다다. 더 멀리 가면 특이한 마을도 있고 한데, 이쯤까지 나오면 더 이상 나고야라 보기 힘들다.

그나마 나고야 역 부근에 이은 번화가인 사카에 지역이 있고, 여기 미라이 타워, 오아시스 21, 관람차 등이 있는데 이것을 보려고 나고야에 오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빈약하다. 심지어 이 3가지조차 서로 200~300m 안쪽에 위치하여 원스톱으로 30분 보면 끝날 정도다.


여행기

인천 국제공항(ICN)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출발은 녹록치 않았다. 노잼도시의 대표격답게 가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하루 운행 편이 많지도 않거니와, 그 운행 편들마저 가는 편, 오는 편 가리지 않고 연착을 밥먹듯이 하는 것 같았다.

공항 전광판
공항 전광판

덕분에 두 차례의 지연(11:10 → 11:30 → 11:45)이 있었고, 겨우 탔더니.. 역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의 아류 ‘비행기가 뜰 때까지 출발한 게 아니다’라는 문구가 생각나게끔 탑승하고 30분이 또 추가 지연되더니, 12:15쯤 돼서야 이 나라를 뜰 수 있었다.

(물론 출발 지연 때문에 면세품 인도장 두 곳을 여유있게 돌 수 있었던 것은 안 비밀)


주부 국제공항(NGO)

그 동안 나리타, 간사이, 후쿠오카 공항을 모두 경험해본 나로서, 공항이 주는 인상이 그리 강렬하진 않았다.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이 따로 있어 셔틀버스 또는 무빙워크로 이동하는 등 규모가 큰 공항이긴 하지만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공항을 먼저 이용해보다 보니 오히려 소박한 느낌마저 들기도 하였다.

특히 제주항공을 통해 입국하면 2터미널(LCC 전용터미널)로 오게 되는데, 이 때 1터미널로 가기 전 FLIGHT OF DREAMS라는 편의시설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FLIGHT OF DREAMS는 사실 보잉 787 드림라이너(B787) 초호기(첫 제작 비행기)를 기증받아 전시해놓은 공간인데, 그보다는 SEATTLE TERRACE로 불리는 식당 구역을 더 이용하게 된다. 여기에는 스타벅스(시애틀에서 창업)를 포함 라멘(후지야마 고고 츠케멘), 버거, 우동, 시애틀(보잉 창업 도시) 테마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뮤스카이(μ-SKY)

미리 예매해두었던 뮤스카이를 타기 위해 공항 역이 있는 1터미널로 이동하였다. 무빙워크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터미널간 무료 셔틀버스엔 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나까지 얼추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터미널간 이동은 셔틀버스 기준 10분 이내가 소요되었다.

뮤스카이 승차권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

좌측은 열차 승차권으로서 개찰구에 집어넣으면 튀어나오는 티켓이다. 우측은 자리 지정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7월 15일 운행하는 15:07 출발 4호차(4번째 칸) 5D(자리 번호)를 의미하고, 보통은 자리가 널널해서 창가(window) 쪽으로 끊어준다.


나고야 역

일본 내 주요 역사가 그렇듯, 각종 노선들이 대부분 경유하다 보니 규모가 크고 복잡하기도 하다. 비행기 지연으로 일정이 급해 바로 호텔이 있는 곳으로 나가긴 했지만, 시간이 괜찮다면 역사 내 또는 역사를 나가자마자 있는 에스카(ESCA) 지하 식당가에서 요기를 때워도 괜찮다.


호텔

이번 여행의 주요 패착 중 하나였다. 나고야는 ‘노잼도시’라는 명성처럼 의외로 갈 곳이 별로 없고, 그마저도 볼거리가 한 곳에 밀집해 있어 특정 지역에서 돌면 그것으로 나고야 관광이 마무리된다.

보통 선호하는 숙소 지역은 나고야 역 인근, 그리고 사카에 역 인근이다.

나고야 역과 사카에 역의 각 위치
나고야 역과 사카에 역의 각 위치

일부러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격만 생각하고 고르다보니 나고야 역과 사카에 역 어느 곳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심지어 두 곳에 명소가 많음을 깨닫고는 양쪽 다 아우를 수 있는(?) 위치의 절묘함에 더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꿈이었다.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커녕 어느 한 마리에도 집중할 수 없는 위치였다. 일단 버스정류장이 숙소와 좀 거리가 있었고, 지하철 역도 보통 버스정류장 인근에 있어 마찬가지였다. 사실,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으로만 치면 1~2개 구간 정도라서 걸어서 다녀도 큰 문제는 없는 거리였지만, 걷기에는 7월의 나고야 날씨가 생각보다 더웠고, 더구나 이상 기온으로 인해 예년의 8월같은 날씨여서 무리였다.

숙소~나고야 역, 도보 10분 또는 버스 8분
숙소~나고야 역, 도보 10분 또는 버스 8분

숙소~사카에 역, 도보 19분 또는 버스 11분
숙소~사카에 역, 도보 19분 또는 버스 11분

참고로 숙소에서 버스 또는 지하철 이용 시 모두 210엔(약 2,000원)이 소요되고, 소요 시간이 걷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덥지만 않았으면 걷는 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결국 숙소는 나고야 역과 사카에 역 중간으로 하는 것은 추천할 수 없고, 아예 두 역 중 한 곳 근처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은 나고야 역 인근을 더 추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주부전력 미라이 타워, 오아시스 21 등의 명소 외에 번화가가 있는 사카에 역 근처 숙소가 관광객에게는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명소

주부전력 미라이 타워

‘나고야 텔레비전 탑’으로 알려진 전파 철탑으로서, 준공된 1954년 당시에는 동양에서 가장 큰 타워였으며, 동양의 에펠탑(?)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실제 언뜻 보면 0.1초 정도 에펠탑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높이 180m 전파탑 규모가 그리 있어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높이에도 전망대는 갖추고 있으며, 그것도 유료로 성인 1,300엔, 어린이 800엔을 수취하고 있으니 주변 히사야오도리 공원이라도 둘러보고 싶다면 올라가도 좋다.

사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주변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타면 유리창으로 나고야 전경이 보이는데 굳이 주부전력 미라이타워 전망대를 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마츠자카야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다 본 나고야 시 사카에 지역의 히사야오도리 공원 전망이다.


오아시스 21

’02년 오픈한 상업시설로서, 거대한 타원형의 유리 지붕이 인상적이다. 보통 나고야 지역을 홍보할 때 여기 시설물의 사진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는데, 그럴 만큼 특이하게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이름이 오아시스 21인 것처럼 유리 지붕 안쪽에는 물이 있어서 밤에 비춰주는 야경이 보기 좋다고 한다.


선샤인 사카에

안에 있는 건물은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들어가더라도 외관에 있는 관람차를 타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높이도 그렇고 건물에 바짝 붙어있는 관람차의 모습이 안습인 곳이었다.

선샤인 사카에
우측에 선샤인 사카에, 돈키호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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