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톤 실제와 허구 사이

1947 보스톤 소개

23.9.27. 개봉한 영화 1947 보스톤을 관람한 후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음에도 실제 역사와 괴리된 부분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여 분석을 해 보았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Movie based on a True Story)라도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그 부분의 중요성과 비중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1947 보스톤 영화의 개요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1947 보스톤 - 영화 포스터
1947 보스톤 – 영화 포스터

감독 – 강제규

출연 – 하정우(손기정 역), 임시완(서윤복 역), 배성우(남승룡 역), 김상호(교포 백남현 역), 박은빈(특별출연 옥림 역)

촬영 기간 – 2019.9.9. ~ 2020.1.31.

상영 시간 – 108분(1시간 48분)

제작사 –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빅픽쳐


팩트 체크

1947 보스톤 영화 내용 중에서 실제와 허구는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팩트 체크를 일일이 해 보고자 한다.


미 군정사령관 하지 중장은 재정 지원을 거부했는가

1897년 이후 매년 4월 셋째주 월요일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하여 서윤복 선수가 손기정 감독과 남승룡 코치에게 훈련받는 장면이 초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당시 우리나라 조선은 1945년 독립 이후에도 난민국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어, 미국에 가려면 재정 보증금 900만원이 필요했는데 이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집 한 채 값이 30만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매우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손기정 감독과 남승룡 코치는 베를린 마라톤 당시 메달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려 하는 등 이리저리 돈을 모으려 하지만, 가장 기대를 걸었던 보스턴 마라톤 출정식에서 미 군정사령관 하지 중장이 미국에서 이를 거절하는 답신이 왔다며 사실상 재정 지원이 불가함을 천명하며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영화에서는 이를 들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바구니에 돈을 모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영화를 볼 때 의문이 들었지만, 스포츠는 혼란한 국내 상황을 가장 쉽게 적은 금액으로 질서 유지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런 의미에서 당시 조선 상황과 미 군정의 존재 의의로 볼 때 마라톤 재정 보증금이 그렇게까지 부담스런 금액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은 이러하다. 하지 중장은 실제로는 도와준 것이 맞으며, 당시 미 군정청 체육담당관 스미들리 여사(배우 모건 브래들리)가 손기정의 손을 잡아끌고 하지 중장에게 가서 사재 600달러를 내놓으며 장군에게 협조를 부탁하자, 미 군정청 직원들이 1달러씩을, 그리고 언더우드 연세대 이사장이 거금을 출연해 재정 보증금을 마련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 전차를 따라다니며 마라톤 연습을 했나

이 부분은 맞다. 당시 서윤복은 동대문 근처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다 끝난 후에는, 서대문 영천을 거쳐 무악재를 넘고 녹번동 집까지 달려서 퇴근하였다. 당시 에피소드로는 동대문~서대문 전차 길을 따라 달렸기 때문에, 동대문에서 출발할 때 전차 운전사에게 가방을 맡기고는 서대문까지 왔을 때 운전사에게 다시 가방을 건네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통닭과 새우젓으로 영양 보충

영화에서는 옥림(박은빈)이 특식으로 고기를 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서윤복이 서울 돈암동 손기정 집에서 숙식할 때, 손기정이 아침마다 손수 장을 봐 단백질 및 염분 보충을 위해 통닭과 새우젓을 많이 먹였다고 한다.

1947 보스톤 - 훈련 중인 선수들
1947 보스톤 – 훈련 중인 선수들


귀국 시 비행기를 타고 왔는가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원래는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보스턴 도착 직후 교포의 사기로 인해 고급 식당에서 열린 만찬비를 귀국 비행기 비용으로 충당해야 했고, 이에 따라 귀국 시 화물선을 겨우 얻어타고 18일만에 왔다고 한다.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으니 상금이 있지 않았을까 할 수 있지만, 보스턴 마라톤에 상금(2022년 기준: 1위 상금 15만달러)이 걸린 건 1980년대가 지나서였다.

1947 보스톤 - 여정을 확인하는 손기정
1947 보스톤 – 여정을 확인하는 손기정


이 외의 일화들

이 외 마라톤을 하다 서윤복 선수가 개에 부딪힌 일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후 막판에 신발 끈이 풀어지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2시간 25분 39초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세계신기록 우승을 하였는데, 영화의 내용처럼 2위 미코 피타넨(핀란드)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한 것은 아니었고 4분이나 빨랐던 압도적인 경기였다.

1947 보스톤 - 마라톤 중인 서윤복
1947 보스톤 – 마라톤 중인 서윤복


1947 보스톤 감상평

1947 보스톤 영화가 비록 일부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들은 있으나,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여 각색한 영화라고 평가한다. 다만, 재정 보증금 문제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 당시 미 군정사령관 하지 중장이 영화에서처럼 사실상 거절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처럼 도움의 손길을 준 걸 왜곡한 것은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물론, 영화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였을 수는 있지만 하지 중장의 유가족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조바심이 난다.

어째되었든 1947 보스톤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만약 볼 만한 영화를 쉽게 찾기 힘들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점수로 따지자면, 4.5 / 5점을 주고 싶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