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도요타 방식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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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1위 자동차 업체 도요타 생산 방식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2023년 3월 협력업체에 대한 해킹으로 일본 국내 14개 공장들이 모두 가동 중단된 데 이어 2023년 8월에도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한 때, 세계 최고의 방식이자 모두가 벤치마킹하기에 혈안이었던 ‘도요타 웨이(Toyota Way)’ 명성에 차츰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요타 웨이(Toyota Way)

10여년 전만 해도 도요타를 배워야 한다며 그들의 경영방식을 연구하고 설파하는 서적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은 특징들이 있지만,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Lean’이다. 린(lean) 경영방식. 사전적 의미는 ‘군살을 뺀’ 이라는 뜻으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말 그대로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만약 모든 상황들이 통제 가능하고 사전 예측 가능하다면, 이 방식보다 좋은 경영 방식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도요타 생산방식(TPS)

도요타의 Lean 경영철학이 접목된 생산 방식이 바로, 도요타 생산방식(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이다. 여기서의 Lean은 재고 최소화로 녹아 있는데, 크게 JIT(Just-in-time)과 간판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JIT(Just-in-time)

‘적기 생산’이라고 풀이되는 이 말은, 재고를 미리 많이 보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그 때 그 때 생산해서 조달한다는 뜻이다. 사실 말이 쉽지 자동차 산업 내 1차벤더, 2차벤더 등 수많은 협력업체들과 단일한 시스템으로 그 때 그 때 자동발주를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생산, 조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도요타는 ‘끝없는 개선’을 모토로 이를 결국 통합해냈다.


간판 방식

앞서 말한 JIT과 비슷한 의미로, 생산 라인에 있어 앞 라인과 뒷 라인이 ‘서로 어떤 부품을 언제, 얼마만큼 만들어서 주고받을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신호 교류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JIT 역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계

한 때 궁극의 경영방식으로 여겨지던 도요타 방식의 한계는 이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그들의 생산 방식이 갑자기 잘못된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끝없는 개선(일본어로 ‘카이젠’이라 한다)을 신조처럼 여기며 계속 고쳐왔는데 그것이 한꺼번에 잘못될 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간과한 것이 있다면, 아무리 끝없이 개선을 하여 그것이 누적된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개선’과 ‘개혁’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사람들은 보통 이 둘을 혼동한다. 개선이 쌓인다고 그것이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개선은 현재를 대부분 보전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 방식도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개혁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물론, 개혁이라 해서 무조건 개선보다 좋다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장단점을 모두 포기하다시피 하고 새로 구조화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개악이 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현실의 안정성만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결코 개혁을 할 수가 없다. 이 때에는 개선만이 최선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선은 근본을 바꾸지는 못한다.

쉽게 말해, 개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 즉,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큰 흐름의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다. 반면, 개선은 그것이 아니다. 일종의 제약조건을 가지고 가는 활동이기에 자칫하다가는, 그것이 선입견으로 혹은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시장에 역행하는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개선이라도 끝없이 한다면 언젠가 흐름을 올바로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적으로 시장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10여년 전 블로그에 올린 비슷한 글이 생각 나, 링크를 걸어둔다.

https://blog.naver.com/wisesay/22242686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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