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감상 후기

한국은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아파트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는 아파트로 시작해 아파트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나마 싼 지역에서 비싼 지역의 아파트로, 소형에서 대형의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어느덧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연도전체 가구원 수아파트 거주 가구원 수비율
197534,090,978423,7641.24%
198036,794,3261,622,4624.41%
198539,768,4953,438,3578.65%
199042,709,3926,381,00214.94%
199543,834,19912,610,37528.77%
200044,711,58417,887,51940.01%
200546,392,58921,448,70746.23%
201047,932,95125,008,21252.17%
201550,271,30426,706,11753.12%
202051,070,01529,038,09556.86%
< 출처: 나무위키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


이렇게 아파트에 대다수 거주하는 국민들의 특성 상, 아파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무래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 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국민 노래 <아파트>까지 흘러나오는데, 무언가 가사가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 ♬ ”

사실 다리를 건널 필요까지는 없이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황궁아파트’ 앞에는 ‘드림팰리스’가 있다. 어감이 어디서 많이 듣던 곳이기는 하지만, 대지진으로 서울 모든 아파트가 무너지고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솟은 황궁아파트 103동으로 주변 드림팰리스 주민은 물론, 타 지역 사람들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든다.


홀로 남은 서울 유일의 아파트, 황궁아파트 103동
홀로 남은 서울 유일의 아파트, 황궁아파트 103동

하지만 더 부유했던 드림팰리스 주민들이 자신들을 평소 무시해왔다며,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이들을 포함 타 지역 사람들까지 주민 투표를 통해 모두 쫓아낸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찰이 생겨 몸싸움이 오가게 되고, 주민 대표로 뽑힌 김영탁(이병헌)이 쇠막대에 머리를 맞아 피를 철철 흘리기까지 하지만 끝내 황궁아파트를 지켜낸다. 그들의 모토 ‘아파트는 주민의 것’처럼 말이다.


황궁아파트 주민들이 몸으로 막는 모습
황궁아파트 주민들이 몸으로 막는 모습

“ 아파트는 주민의 것 ”

하지만 여기까지의 참신할 발상은 점차 어디선가 본 듯한 분위기로 흘러가며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황궁아파트 주민과 그 외 지역의 사람들, 소위 ‘바퀴벌레’들과의 대립이 생겨나고, 서로 교류가 없어지며 상대방 진영이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며 오해와 불신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 와중에 아파트 내 필요한 음식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젊은 남자들끼리 조직화하여 밖을 돌아다니는데, 이쯤 되면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좀비 무리들을 피해 외부에서 음식 등을 구하러 다니던 컨셉이 저절로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물론, 김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한 후반부의 반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식상한 컨셉과 느슨해져가는 긴장감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자세한 설명은 스포라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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