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시황 분석 – 2023년 9월

세계 경제 트렌드

세계 정세가 날이 갈수록 급변하고 있다. 이를 가속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경제 역시 이와 맞물려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다. 더욱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세계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면서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세계 경제 비중
세계 경제 비중

기술의 발전은 비가역적이다. 즉,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갑자기 마차 타고 다니지는 않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 상황으로 인해 이전 기술적 지식이 한순간에 백지화된다면,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것처럼 세계4차대전은 막대기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지만, 그럴 정도의 충격이라면 지구에서의 생존이 이미 어려운 지경일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판단하든 기술은 계속, 아니 더 가속하여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 근대 이후 100년간의 발전상보다 최근 10년간의 발전상이 더 크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자면서 쉬었던 게 인류라면 지금은 밤에도 무엇인가는 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이고, 요즘 출현한 존재로 말하자면 AI가 그것이다.

우리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기술적 특이점이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옛 로마 시민이 찬란한 팍스 로마나 시대의 드넓은 대지에 감탄하며 역사적인 시기를 살아갔다면, 현대 우리는 AI가 인간을 앞서는 순간을 목도하는 역사적인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AI의 한계를 아는 사람은 없다. AI를 만든 사람조차 AI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언젠가는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AI의 한계를 아는 존재는 어쩌면 AI 스스로만 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 트렌드를 논하면서 AI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 것은, 그 만큼 세계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 체계 안에서도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각종 신생 AI 기업들에 투자함은 물론, 그 투자금마저 상당 부분은 AI가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펀드로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AI 그 자체에만 영향력이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무수한 분야와 기업들에 투자금들이 몰리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AI 개발 및 운용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 그리고 좀 더 확장하여 AI에 의한 자율주행과 융합 중인 전기차 분야의 2차전지 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


주요 업체들

엔비디아

엔비디아 로고
엔비디아 로고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혹자는 과대평가되었다 하고, 또 다른 이는 목표가조차 상정하지 않은 채 오늘이 가장 싸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만큼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만큼은 엔비디아의 성장 잠재력이 무엇보다 각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는 높은 연산능력을 필요로 한다. 모든 프로그래밍적 요소들이 그렇듯이, 0과 1로 대표되는 디지털 비트들이 상호 작용을 해 수많은 수학적 결과값들을 산출한다. AI는 그 중에서도 특히 더 많은 수학적 연산이 요구되는데, 가능할 수 있는 모든 결과값들을 최대한 산출하여 그 중 임계값을 넘는 값만을 취사 선택하는 것이 AI의 본질인 만큼, 동시다발적인 병렬적 연산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존 인텔, AMD와 같은 회사들이 제조하는 CPU 즉, 중앙처리장치는 비유하자면 직렬 연산에 가깝다. 물론 하이퍼스레드 등 보조 기법이 있기는 하나, 기본 구조가 병렬인 GPU 즉, 그래픽 프로세싱 유닛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GPU가 처음부터 AI용으로 쓰인 것은 아니다. 제조업체들조차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었고, 기본 타겟은 게임용 그래픽카드 칩이었다. CPU가 그래픽 연산까지 한꺼번에 하기는 벅찬 만큼 이를 GPU가 따로 연산해주는, 말 그대로 보조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초반에는 그래픽카드가 있는 컴퓨터와 없는 컴퓨터간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물론, 지금은 그 차이를 논할 가치도 없을 만큼 그래픽카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있다.

1993년 4월 젠슨 황이 창업한 엔비디아는 초반 그렇게 주목을 끄는 업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군소 업체에 지나지 않았고, CPU를 만들려다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GPU로 방향을 돌린 시장지배력 없는 업체일 뿐이었다. 당시 그래픽카드 시장 자체가 초기이기도 했지만, 인지도나 성능 면에서 3dfx사가 만든 Voodoo 시리즈가 히트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그저 그런 2인자 수준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1997년 출시한 RIVA 128이 크게 히트하면서 연이어 내놓은 RIVA TNT, RIVA TNT2를 통해 3dfx를 앞서기 시작했고, 결국 3dfx의 주요 지적재산권들을 사들이며 업계 1위의 그래픽카드 제조 회사로 군림하게 되었다.

nVIDIA사의 RIVA TNT 시리즈
nVIDIA사의 RIVA TNT 시리즈

정말 초창기지만 Voodoo 사의 3D 그래픽카드는 기존 2D 그래픽카드를 꽂은 채 다른 슬롯에 추가로 꽂는 이른바, 애드온(add-on)형 그래픽카드였기에 나름 신선하기도 했고,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3D 화면에 너도나도 사려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만큼 3dfx사는 이후로도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이내 팹리스(설계 전문)뿐만 아니라 제조 자체까지 독점화하다 여러 우군들을 잃는 악수를 통해 자멸, 결국 파산하고 만다.

3dfx사의 voodoo 시리즈
3dfx사의 voodoo 시리즈

서두가 길어졌지만, 이제 게임용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채굴, 나아가 AI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GPU를 만들어내는 엔비디아는 더 이상 경쟁업체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보적 위치에 서게 되었다. 특히, 이미 만들어진 AI를 이용만 하는 연산능력 요구수준과 AI를 개발하는 연산능력 요구수준은 서로 현저하게 다르며, AI 개발에 필요한 전용 그래픽카드에 대한 수요는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의 AI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상기 그래픽카드의 수출을 막고 있어 여러 분쟁의 근원이 되고 있는데, 그 만큼 AI 분야에 있어 엔비디아 제품은 대체 불가한 수준이다. 참고로, 현재 나와 있는 엔비디아 AI 서버용 GPU는 A100과 보다 고성능인 H100 총 2가지 제품이 있는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막혀 있는 상태다.

엔비디아 젠슨 황 회장은 이같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두고 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미국 패권 유지가 가장 급선무인 미국 정계에 먹힐 리 없다. 따라서, AI를 둘러싼 경제적인 불확실성은 계속 커져만 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젠슨 황 회장은 대만인으로서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하더라도, 국적이 같은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즉, 현재도 서로 발주-공급의 끈끈한 관계이지만 상호 성장을 돕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2차전지 업체

AI로 인해 각광받고 있는 또 한 분야는 2차전지 산업이다. 사실 앞서본 엔비디아도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 조명하는 것이 마땅하나, 워낙 AI 비메모리 반도체 내 입지가 독보적이기 때문에 아예 1개 업체만을 명시하여 분석한 것이다.

AI 관련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달리 2차전지 업체는 더 다양하고 그 만큼 경쟁적이다. 사실 AI에 쓰이는 반도체와 달리 2차전지 그 자체는 역사가 길다. 2차전지(secondary cell)라는 말 외에 충전지(rechargeable battery) 혹은 축전지(storage battery)로도 불리며,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는 1차 전지의 대표적 형태인 건전지와 함께 오랫동안 쓰였다. 다만, 최근 갑자기 저변이 넓어진 것은 무엇보다 고용량 고효율이 필수적인 전기차의 부상 때문이다.

사실 전기차에 있어 미국 테슬라를 빼 놓고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2차전지 업체뿐만 아니라 테슬라 역시 분석 대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기차 산업 초기와 다르게 지금은 경쟁업체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아 테슬라만 놓고 분석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반면, 2차전지 업체는 각 전기차 업체들에 대한 납품뿐 아니라 전기차 외 다른 용도, 예를 들면 휴대폰 배터리에도 적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보다 넓고, 2차전지 없이는 전기차 역시 존재할 수 없기에 훨씬 중요한 분야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

2차전지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상기 그래프에서 보듯 리튬-이온 배터리 비중이 가장 크다. 이는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배터리인 이유도 있는데, 리튬-이온 배터리도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된 양극재 종류에 따라 다시 삼원계, LFP로 나뉜다. 이 중 삼원계가 효율이 가장 좋지만 그 만큼 비싸다면, LFP라 불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효율은 더 낮지만 생산 단가가 더 싸다.

우리나라 2차전지 업체들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이 중 삼원계에 집중한 반면, 중국 2차전지 업체들은 LFP에 주력해왔는데,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LFP의 효율이 계속 향상되어 왔다는 것이다. 즉, 가성비로만 통하던 LFP가 이제는 삼원계 시장을 잠식해 갈 정도로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현재 글로벌 시장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인 CATL, BYD 등의 약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나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면, 리튬(Lithium)이라는 원재료다. 리튬은 희귀 광물 중 하나로,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요때문에 많은 업체들 아니, 세계 각국의 정부 차원에서 리튬 광산을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선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역시 그러한 활동의 일환 중 하나이다.


전망

사실 여기서 논하는 것은 단기 전망이라기보다 장기 전망에 가깝다. 아무리 낙관적인 업체라도 당장의 수급으로 인해 주가가 등락하거나 예상과는 다른 패턴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산업적 특성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여기에서 주목하는 업체들의 성장세가 타 업체들보다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단기에는 기술적 분석 즉, 차트 분석이 통할 지 모르나 결국은 기본적 분석에 수렴해 갈 수 밖에 없다. 장기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산업 및 업체들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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